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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피플54

이타미 준의 건축세계 : '바람의 노래가 들리는 곳' . 성격이 대조적인 두 남녀가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따뜻한 영화로 기억한다. 본능적이며 역동적 이미지의 동물원과 이성적이며 정적인 느낌의 미술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존재를 남녀에 비유한 신선한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을 찾을 때면 이 영화가 떠올랐고, 미술관과 동물원은 참 유쾌하고 유려한 조화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물론이겠거니와 건축도 다른 존재와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이 동물원 옆 미술관에서 열리는 건축가 이타미 준의 전시를 보러가는 길목에서였다. 이타미 준. 자신의 이름보다는 제주도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미술관’의 건축가로 더 잘 알려진 그의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타미 준의 40여 .. 2014. 6. 5.
영상으로 태어난 에드워드 호퍼의 풍경들 '에드워드 호퍼와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대기권 바깥부터 요정들이 지배하는 땅까지,영화기술의 발전은 매순간 현실과 가상의 간극을 좁혀갑니다. 19세기 말 처음 탄생한 기록 영상과 21세기의 영화는 이제 거의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나 10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규칙들도 있습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화는 스크린이라는 사각 무대 위에서 상연됩니다. 감독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의 미학적 완성도와 긴장감을 위해 미장센의 구성 요소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많은 장면들이 회화에서 그 영감을 얻습니다. 프레임 안에 세계를 호출한다는 점에서 회화는 영화의 양식적 선배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현대 화가 중에서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감독들의 훌륭한 조언자였습니다. 문과 창문, 실내와 실외가 중.. 2014. 5. 21.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 "넌 나의 뮤즈, 난 너를 창조했네" 멕시코의 국민화가 프리다 칼로의 예술은 프리다 칼로의 삶과 정확히 일치한다. 단언컨대 미술사에서 삶과 예술이 그처럼 완벽하게 일치한 화가가 없을 정도다.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한 존재는 바로 칼로의 연인이자 동지이고 뮤즈인 디에고 리베라였다. 그렇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칼로에게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창조하는 그녀만의 파워 혹은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육체적인 불운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을 보낸다. 헝가리계 독일 출신의 유태인인 아버지와 스페인 토착민 혼혈인인 어머니 사이의 네 딸 중 셋째 딸로 태어난 칼로. 몽상가였던 아버지는 나약하고 비현실적이었던 반면 어머니는 엄격하고 독선적이었다.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칼로는 아버지로부터는 특별한 사랑을 받았지만.. 2014. 5. 1.
장흥 아틀리에에서 만난 세 아티스트 임지빈, 서유라, 최재혁 | 유쾌하고, 완전하고, 진중하게 경제적 팽창이 두드러졌던 1980년대와 문화가 융성했던 199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세대의 특징이 있다. 대중미디어가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새로운 이미지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대 사회에 스며든 욕망과 상품의 힘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장흥 아틀리에의 동갑내기 작가인 임지빈, 서유라, 최재혁은 그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다. 유쾌하고, 완전하고, 진중하게 예술계에 뜨거운 피를 수혈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만나본다. 장흥 아틀리에 장흥 아틀리에는 양주시에 위치한 예술 복합 문화 단지인 ‘장흥아트파크’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술촌이다. 2006년 낡 은 모텔을 리모델링한 ‘제1 아틀리에’에 이어 2008년에 는 ‘제2 아틀리에’가 문을 열었다. 레지던시는 예술가에게 쾌적한 창작 .. 2014. 4. 16.
‘텅 빈 중심’에서 이야기를 짓는 차혜림 작가와의 인터뷰 작업실은 다소 어수선했다. 전시를 막 끝낸 작품들이 속속 배달되어 왔는데, 그것들은 얼마 뒤 다른 곳으로 옮겨질 운명이었다. 마치 배웅과 마중을 동시에 받고 있는 사람의 표정처럼, 작품들은 애매하게 부려져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작업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벽걸이 시계가 하나, 탁상시계가 둘 보였는데, 세 개 다 멈춰서는 각각 다른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지금도 아니고 언제도 아닌, 낯설고 애매한 시공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몸이 줄어든 채 그녀의 작품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Q. 얼마 전 ‘제13회 송은미술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으셨죠. 축하합니다. 정신없으셨겠어요. 네, 출품작 전시회가 2월 중순에 끝났어요. 작년엔 송은미술대상 전시 .. 2014. 4. 9.
영국 팝 아티스트 줄리언 오피 : 도시를 걷는 사람들, 그 아름다움과 에너지 영국 팝아티스트의 경쾌한 행보 “예술은 하나의 은유이자 상징입니다. 산문이 아니라 시인 것이죠. 이미 만 들어진어떤것에서더큰진실을찾는과정말입니다.”영국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 Martin)이 말한 예술의 정의에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심지가 박혀 있다. 데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골드스미스 컬리지 출신의 yBa 아티스트들이 그의 가르 침을 받고 세계적인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1982년 졸업한 줄리언 오피도 그 중 한 명이다. 현대 시각예술에 대한 스승의 확고한 가르침은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공공 사인물과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고도로 단순화 된 인물 형상,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을 차용한 작품은 현대 사회에 지적이면서도 아름다.. 2014.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