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계간하나은행20

봄날의 새벽을 그리다. 그림으로 본 새벽의 전경들 행여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를 불러 사공다려 물으라 하니, “내일은 일출을 쾌히 보시리라 한다” 하되, 마음에 믿기지 아니하여 초초하였다. 먼 데 닭이 울며 계속해서 날 새기를 재촉하기에, 기생과 여자 노비를 혼동하여 어서 일어나라 하니, 밖에 급창이 와, “관청 감관이 다 아직은 너무 일러 못 떠나시리라 한다” 하되 곧이 아니 듣고, 다급히 재촉하여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 먹고, 바삐 귀경대에 올랐다. 순조 32(1832)년에 의유당 남씨가 쓴 《동명일기(東溟日記)》의 부분이다. 새벽녘 일출을 보겠다는 기대로 잠도 자지 않고 동행한 이들을 재촉하는 여인의 들뜬 마음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동틀 무렵의 새벽은 무척이나 짧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칠까 조바심에 안달하는 정.. 2015. 5. 13.
예술가들의 아지트, 카페를 아시나요? 18세기 프랑스 소설가 레티프 드 라 브레톤은 《파리의 밤》에서 카페를 찾는 사람을 네 종류로 분석해놓았습니다. 여자를 찾는 사람, 낙오자, 뜨내기 그리고 붙박이 손님이었지요. 대부분이 인연을 찾거나 고급 카페에서 쫓겨난 이들입니다. 붙박이처럼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카페를 지키던 이들은 파리의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카페에는 따뜻한 커피와 술 그리고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페에서 그들은 교류하고 발전했습니다. 카페는 예술가들이 모이고, 영감을 얻고, 때로는 안식을 얻는 공간이었습니다. # 커피 한 잔에 담긴 시절 페르시아풍의 분수가 장식된 집 안에서 한 남자가 의자에 기대앉아 있습니다. 남자는 무릎을 꿇은 하인들에게 시중을 받으며 뜨겁고 쓴 커피를 마십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던 터키 외교가 술래이만.. 2014. 11. 5.
난(蘭)이 군자가 된 사연을 아십니까? 심리학 용어 중에 ‘미켈란젤로 동기(Michelangelo Motive)’라는 말이 있다. 1508년,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를 그릴 때의 일이다. 무려 4년 동안이나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거의 누운 자세로 천장 구석구석까지 심혈을 기울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켈란젤로에게 한 친구가 물었다. “여보게,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까지 뭘 그렇게 정성 들여 그리나? 누가 그걸 알아준다고!” 그 말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거야 내가 알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노력한 결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며 인정받지 못했을 때 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 그 때문에 ‘미켈란젤로 동기’라는 용어까지 생기게 되었다. 미켈란젤.. 2014. 9. 24.
뉴욕의 떠오르는 아티스트,
로버트 라차리니(Robert Lazzarini)의 스튜디오 '왜상된 해골 그곳에서 마주한 진실의 순간' 회화에서 왜상기법(Anamorphosis)은 시각적으로 일그러진 상을 말한다. 프랑스어로 ‘Ana’는 ‘거슬 러 오르다’라는 뜻이고, ‘morpho’는 ‘형태’이므로, 결국 왜상이란 본래의 형태를 되찾기 위해 현재의 형태를 파괴하고 재구성한다는 의미가 된다. 흔히 왜곡과 비슷한 의미로 혼용하기 쉽지만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왜상은 기하학이나 수학 형식의 일정한 법칙으로 왜곡되거나 시각적으로 일그러진 상을 말하는 것으로, 왜곡과 다르게 본래의 형태를 변형함에 있어서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며 관찰자로 하여금 착시를 느끼게 하는 점이 다르다. 로버트 라차리니(Robert Lazzarini)의 작품은 여러모로 ‘왜상기법’을 떠오르게 한다. 작품의 모습이 왜곡되고 변형된 형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 2014. 9. 18.
복합문화공간 송은아트스페이스 : 뚜렷한 신념과 명철한 예술경영이 만날때 트렌디한 갤러리가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청담동의 위상을 한껏 살리던 때가 있었다. 한차례 썰물 빠져나가듯 이름 있는 화랑들이 강북행을 결심하거나 철수한 지금, 그럼에도 이 거리가 여전히 예술적으로 매력적인 이유는 신세대 축에 속하는 송은 아트스페이스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송은문화재단의 확고한 신념과 로렌스 제프리스의 탁월한 기획력. 둘의 만남은 이 공간을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송은의 신념이 집약된 공간 ‘요즘 가장 볼만한 전시’를 꼽아볼 때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늘 리스트에 올려두는, 필수 항목 같은 존재였다.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지난 2010년, 미국 의 팝아티스트 톰 웨슬만의 전시를 개관전으로 세계적인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 카를로스 아모레스, 레안드로 에를리치, 채프먼 형제 .. 2014. 9. 5.
파리의 낭만 사진가, 로베르 두아노 '연인의 키스와 피카소의 빵' 파리지앵의 소박한 일상들 전세계 어디에서나 목격할 수 있을법한 소소한 풍경들이 있다. 골목 구석 구석을 누비며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아이들, 길거리에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 카페에 앉아 주변 정취를 즐기는 여인. 이 모든 것이 삶이고 풍경이다.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enau)의 사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사진의 배경이 프랑스라서 특별히 여겨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두아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시선은 늘 프랑스의 소박한 일상을 향했다. 파리의 교외인 장티이(Gentilly)에서 태어난 두아노는 평생 파리를 동경했지만 따뜻한 시선에 담긴 사진은 도시의 삶을 열망한다기보다 한적한 삶의 분위기를 그대로 자아.. 2014.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