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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피플

인생의 쓴맛, 예술의 단맛 ::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하는 아트놈, 변대용, 찰스장 작가

by 하나은행 2014. 7. 23.
Hana 피플

인생의 쓴맛, 예술의 단맛 ::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하는 아트놈, 변대용, 찰스장 작가

by 하나은행 2014. 7. 23.

 

제프 쿤스, 줄리안 오피, 무라카미 다카시 등 예술계의 이름난 스타 아티스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만의 견고한 조형 언어를 키워가는 ‘작가적 기질’과 대중성을 무기로 미디어에 효과적으로 노출되는 법을 깨친 ‘스타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아트놈, 변대용, 찰스장 작가는 가장 탁월한 예술가들이다. 순수미술과 대중 미디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하는 그들을 만나본다.

 

아트놈 | 퍼니즘, 가벼움의 미학

 

 

 

유쾌하다. 아트놈의 작품에는 고통 속에서 끄집어낸 예술혼이나 머리를 끙끙 싸매게 하는 현대미술의 난해함 같은 것이 없다. 단박에 ‘예쁘다’ ‘귀엽다’ ‘재미있다’ 같은 순수하고 분명한 감정만이 감탄사로 터져나올 뿐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에둘러서 표현한다거나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고 돌직구를 날리는 스타일이다.

 

작품처럼 작가 또한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 이어서 어딜 가나 그의 주변은 웃음바다가 된다. ‘예술 하는 사람’이라는 뜻 인 예명, 아트놈도 스스로 좀 더 재미있게 작업하자는 뜻에서 붙인 것이다. 

 

“제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 웃을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1. ‘가지 꿈꾸다’, acrylic on canvas, 97×130.3cm, 2012 2. ‘꽃피는 아트놈’, acrylic on canvas, 162.2×130.3cm, 2010 3. ‘소원을 말해봐’, acrylic on canvas, 390.9×193.9cm (3pcs), 2009
1. ‘가지 꿈꾸다’, acrylic on canvas, 97×130.3cm, 2012 2. ‘꽃피는 아트놈’, acrylic on canvas, 162.2×130.3cm, 2010 3. ‘소원을 말해봐’, acrylic on canvas, 390.9×193.9cm (3pcs), 2009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는 각종 기업과의 협업으로도 이어졌다. 작가가 되기 전 디자이너였던 그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아트놈 작가는 꽤 오랜 기간 캐릭터 회사를 다니다 30대 중반 다시 붓을 들었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것을 작품에 응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언가 심각하고 거창한 것을 해야 될 것 같은 압박에서다.

 

하지만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팝아트가 지닌 천성적인 가벼움을 아트놈 작가는 명민하게도 극대화했다. 

 

“서양 미술사를 보면 모더니즘, 다다이즘 등 여러 사조가 있는데 우리라고 만들지 말란 법 없죠. 그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재미주의’, 즉 퍼니즘(Funism)이었어요. 2007년, 젊은 작가 모임 인 ‘스튜디오 유닛’에서 만난 찰스장, 성태진 작가가 초기 멤버였죠.” 

 

그는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에서 ‘심각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운다. 그의 분신인 ‘아트놈’ 캐릭터도 삶이 버겁다고 느꼈던 자신을 밝게 표현하고 싶은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고 있는 익살스러운 얼굴에는 가끔 눈물이 흐른다. 양의 머리를 하고 수염난 백수 아저씨 ‘아트놈’, 토끼 소녀 ‘가지’, 강아지 ‘모타루’가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초기 작품은 파스텔로 뭉개면서 그리는 듯 부드러운 필치와 서정적이고 아스라한 감성이 돋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캐릭터의 아웃라인은 뚜렷해졌고 색의 선택 또한 화려하고 대담해졌다. 한국화를 전공한 경력답게 화면은 더 평면화되었으며 모란, 해치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그의 작품은 또 한 번 변화를 맞았다. 극도로 심플하게 절제된 선과 면의 분할이 사라지고 붓이 캔버스에 닿으면서 생기는 물감의 질감이 손맛 그대로 살아났다. 다양한 색이 화면 위에서 섞이지 않고 혼재하며 하트, 사과, 자동차, ‘+’ 기호 등 오브제가 배경을 가득 채웠다.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그리려 노력했다’던 피카소 처럼 지금 아트놈은 세상의 껍데기를 한 겹 더 덜어냈다.

 

 

변대용 | 매끈한 표면 위로 흐르는 삶의 무게

 

 

 

“겉으로 보기에는 예쁘지만 그 이면에는 무거운 주제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일종의 잔혹 동화 같은 거죠.”

 

변대용 작가는 헬로 키티, 미키마우스, 마이클 잭슨 등 대중적인 캐릭터를 차용해 매혹적인 군상을 만들고, 안쪽 깊숙한 곳에 소비 사회의 그늘진 시선을 숨겨두었다. 첫인상은 팝아트지 만 안을 헤집을수록 무거운 주제들이 고개를 내민다. 여타 팝아티스트와 변대용의 작품이 차별성을 갖는 이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당시 작 가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에게 인상적인 영감을 줬다. 

 

“경기에 따라 울 고 웃는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서 어떤 동질감이 들었어요. 예술가와 선수 모두 자기만족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죠.” 

 

1. ‘미키타워’,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190×110×90cm, 2011 2. ‘안녕- 빌린 장갑을 쓴 마이클 잭슨’,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가변설치, 2009 3. ‘유기견과 유기인’,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90×400×300cm 이내설치, 2012 4. ‘장님과 메두사’,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95×100×55cm, 140×160×100cm, 2012
1. ‘미키타워’,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190×110×90cm, 2011 2. ‘안녕- 빌린 장갑을 쓴 마이클 잭슨’,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가변설치, 2009 3. ‘유기견과 유기인’,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90×400×300cm 이내설치, 2012 4. ‘장님과 메두사’, 합성수지, 자동차 도색, 95×100×55cm, 140×160×100cm, 2012

 

그래서 태어난 스포츠 작품 시리즈에는 작가가 포착한 희망의 순간이 있다. <공을 생각하다>처럼 장애우 선수들의 모습을 만든 것이 있는데 그 때 까지만해도 작가는 스스로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개인전 오프닝에 휠체어를 타고 오신 아버지를 보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한쪽 손이 없는 축구선수의 뭉뚝한 팔뚝은 어린 시절 작가가 익숙하게 촉감으로 익혀온 아버지의 신체였다는 것을. 6.25전쟁에서 한쪽 다리와 세 개의 손가락을 잃은 아버지는 녹내장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손을 더듬어 아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는 순간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변대용작가는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김하며 사회에서 가족으로 작업 주제를 좁혔다. <유기견과 유기인>의 아버지 곁을 둘러싼 8마리의 유기견들은 그의 형제와 어머니를 의인화한 것이다. <장님과 메두사>에는 작가의 상상력과 가족의 연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누나의 외로운 뒷 모습을 보면서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를 떠올렸다. 자신을 보는 순간 모두가 돌이 되어버리는 외로운 그녀 곁에 장님이 있다. 그는 아마 그녀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변대용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업에 반영하면서 내적 트라우마를 치유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들이 마음 속 상처를 지닌 누군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길 바란다. 그의 작품은 겉보기에 매끈하고 빈틈이 없어 기계의 힘을 빌릴 것 같지만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흙으로 빚고, 석고로 캐스팅한 뒤 표면이 매끄러워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갈아내는 샌딩 작업을 한다. 정확한 형태와 치밀한 마감, 자동차 도료의 선명하면서 아름다운 색은 변대용 작가만의 무기이다.

 

“요즘 작품 사이즈가 커지고 있어서 가끔 힘이 부칠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작업을 완성하고 나면 찾아드는 뿌듯함은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죠.” 

 

올해 잡힌 전시만도 6개. 그는 6월 14일부터 8월 13일까지 미 부아트센터에서 열릴 개인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찰스장 | 팝아티스트 찰스장의 새로운 도전

 

 

 

찰스장은 차분했다. 공식적인 자리마다 페도라, 원색의 선글라스, 빨간색 재킷 등을 즐겨 입으며 팝 아티스트다운 캐릭터를 뽐냈던 그가 삭발한 머리와 ‘올 블랙’ 의상으로 스튜디오에 나타났을 때부터 무언가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39세가 되고 나니’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에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어요. 작품의 다음 단계를 모색 중 입니다.” 

 

무언가에 빠지면 급속도로 몰입한 뒤 홀가분하게 떨쳐낸다는 그의 성격다웠다. 한동안 넓은 인맥을 자랑하며 친구 한도수인 5,000명을 찍었던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한 상태다. 국내에서 힙합문화가 무르익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거리로 뛰쳐나온 그래피티 아티스트 중 한 명이 찰스장 이었다.

 

‘국내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약하던 그는 호주와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 체류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될 결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굿하는데 신내림을 받았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만큼 자연스러웠죠”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1.‘Maetel’,enamelonpanel,150×201cm,2011 2.‘BH-series(MickeyMouse)’,digitalprint,140×180cm,2014 3.‘BH-series(Oh!Girl)’,digitalprint,140×180cm,2014 4. ‘Robot Taekown V’, acrylic on canvas, 162×130cm, 2012
1.‘Maetel’,enamelonpanel,150×201cm,2011 2.‘BH-series(MickeyMouse)’,digitalprint,140×180cm,2014 3.‘BH-series(Oh!Girl)’,digitalprint,140×180cm,2014 4. ‘Robot Taekown V’, acrylic on canvas, 162×130cm, 2012

 

스폰지밥, 뽀로로 등 대중문화 아이콘을 차용한 <Flow and Blaze>, 미국 만화에서 영향을 받은 <Duplicator>, 어릴 적 우상이었던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흑백의 화면으로 재현한 <Dripping>, 늘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많은 작가 자 신을 의인화한 <Happy Heart Series>, 로보트 태권브이를 그린 <Robot Taekwon V> 시리즈 등 만화와 그래피티를 녹인 팝아트 작품은 대중에게 어필하기 충분했다. 휴대전화, 티셔츠, 생활 자기 등 다수의 브랜드에 서 찰스장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그간 왕성한 협업을 진행했다.

 

“협업은 전 시장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들을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 이있어요.가끔공동의목표가성립되지않은채협업해야하는위험부담 은 단점이고요.” 

 

아이돌 그룹인 빅스(Vixx)와의 작업은 지난날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디렉팅했던 앤디 워홀을 떠올리게 했다. 찰스장은 전반적인 아트 워크에 참여하며 그룹의 심벌인 ‘로빅’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각종 미디 어를 종횡무진 누비던 그가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건 것은 작품의 심도를 고민하면서부터다.

 

“예전에는 감성적인 접근이 먼저였다면 지금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로베르 콩바스, 키스 해링, A.R. 펭크를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다면 요즘은 김아타 작가 의 존재와 부재에 관한 작품에 빠져있죠.”

 

그는 이미지 속에 담긴 의미의 틀을부수고, 비틀기 위해 트레이닝 중이다. 또 사진, 설치 등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매체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아트스타란 무엇인지 물었다. 

 

“철저히 자신의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죠.”

 

글·이소진 | 디자인·김재석 | 인물 사진·이우경 | 헤어&메이크업·홍옥주, 최은혜, 이송정(수빈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