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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컬쳐

요즘 MZ 왜 이렇게 쓰고, 사는 걸까?

by 하나은행 2025. 6. 30.
Hana 컬쳐

요즘 MZ 왜 이렇게 쓰고, 사는 걸까?

by 하나은행 2025. 6. 30.

 

✍🏻왜 지금, 사람들은 다시 '쓰기'에 빠질까?

 

넷플릭스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오프라인 홍보 이벤트로 진짜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사계를 주제로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손 글씨로 적어내고, 장원·부장원·장려상을 수상하며 하나의 문화 체험을 완성했습니다. 이 감성 프로모션은 그 자체로도 감각적이었지만,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 조차 ‘쓰기’를 감각적 경험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netflixkr)

 

무한 스크롤에 지친 감각은 오히려 정적인 창작 활동 ‘글쓰기’를 통해 회복되고 있습니다. 자기 감정을 정돈하는 속도,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루틴, 글로 세상을 연결하는 경험은 현재 MZ세대에게 가장 감각적인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읽기에서 쓰기로, ‘라이팅힙(writing hip)*’이라 불리는 이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 생태계로 확장 중입니다.

왜 지금, 쓰기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걸까요?👀

 

*라이팅힙: '쓰기(Writing)'와 '힙(hip)'의 합성어로, 손글씨 쓰기나 필사를 힙한 문화로 즐기는 현상 

 


💪🏻‘쓰는 감각’이 주는 리추얼 라이프의 힘

 

요즘 SNS에서 자주 보이는 ‘매일 한 줄 일기 쓰기’나 ‘아침 필사 챌린지’와 같은 행동들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상 속 감각을 깨우는 습관으로 자리잡은 콘텐츠입니다. 쉽게 말해, ‘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는 일상 속 작은 의식 같은 활동인데요.

 

규칙적인 습관을 의미하는 리추얼 라이프*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감각 정비를 통해 나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아침 시간을 확보해 운동하고, 식사를 잘 챙기는 등 평범한 루틴 속에서 우리는 몸과 마음을 다듬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나를 돌보는 감각을 찾아갑니다. 대단한 목표일 필요도 없습니다. 1km 달리기🏃, 아침 사과 반개 먹기🍎,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기💧 등 소소한 행동들 속에서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되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리추얼 라이프의 영역에 ‘쓰기’가 핵심 도구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디지털 번아웃을 경험한 세대에게 ‘쓰기’란 천천히 감정을 정리하고, 또 나를 정돈하는 하나의 감각 훈련입니다. 종이의 결, 펜촉을 긋는 소리, 손 글씨의 압력과 같은 작은 감각들이 오감을 자극하며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것입니다.

 

(출처 : 블로그 와디즈)

 

디지털 영역의 ‘쓰기’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보이는데요. 와디즈에서 공개된 AI 기반 디지털 노트는 펀딩 하루만에 3억 원을 돌파하며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디지털 도구로도 손의 감각을 살리는 글쓰기가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는데요. 이제 감정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쓰기는 단순한 작성의 의미를 넘어, 정서적 효능감을 주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의례를 뜻하는 '리추얼(Ritual)'과 일상을 뜻하는 '라이프(Life)'가 합쳐진 말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의미

 


 

👕‘스타일을 발행하는 사람’으로서의 쓰는 사람들

 

오늘 날의 작가는 더 이상 단순히 글만 쓰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등장한 젊은 작가들은 글로 소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라이프를 적극적으로 독자와 나누며 교류의 영역을 확장합니다. 즉, ‘이 사람처럼 쓰고 싶다’를 넘어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감정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슬아 작가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일 글을 연재하며 독자와 친밀하게 소통해왔습니다. 또 베스트 셀러 《쉬운 천국》으로 MZ세대 문학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유지혜 작가, 제 4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박참새 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모두 SNS를 통해 자신의 글 뿐만이 아니라 필기 도구, 머무는 공간, 의복까지 감각적으로 공유하며 독자와의 연결을 확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프렌치 무드의 캐주얼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MARITHE FRANCOIS GIRBAUD)의 2025 S/S 캠페인에서는 유지혜 작가를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패션 화보가 아니라 글을 쓰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콘텐츠이기에 더욱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콘텐츠 기획자이자 동시에 스타일리스트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발행하는 존재입니다. 개인의 글은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는 다시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이끌어냅니다. 즉 ‘글’이 아닌 글을 쓰는 ‘사람’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쓰는 커뮤니티의 시대

 

최근 쓰기는 점점 더 사회적인 행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필사 모임, 글쓰기 챌린지, 감정 쓰기 클래스처럼 ‘함께’ 쓰기에 기반한 활동들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의 감정을 타인과 나누고, 서로의 세계관을 함께 들여다보는 창작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출판사 북스톤과 자기돌봄 커뮤니티 플랫폼 밑미(meet me)가 함께 운영중인 ‘별게 다 글쓰기 마을’은 이런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하루 5분,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드는 챌린지 프로그램인데요. 중요한 것은 완성도 높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닌 무엇이든 써보는 경험을 반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글을 공유하고, 가볍게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글쓰기’라는 행위에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감정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일상 속 루틴이 되어 삶을 견뎌내는 작은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변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쓰기가 감정을 정리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감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데, 글이라는 구조화된 언어를 통해 감정이 정돈되고, 그렇게 정돈된 감정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긍정적인 연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쓰기는 정서적인 커뮤니티 매개체로 작동하게 됩니다.

 

이는 곧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함께 쓰는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는 단순한 감정 공유의 장을 넘어 창작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근에는 에세이뿐만 아니라 문학, 인문학, 심리학, 과학 등 다양한 장르로 쓰기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해외 독서 모임과 같이 자신이 쓴 글로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문화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입니다.😊

 

이처럼 개인의 글은 집단적인 맥락 속 점점 더 새로운 의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완성 된 글 한 편 보다 함께 쓰고 나누는 감정과 시간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쓰기는 표현의 도구이자, 관계를 형성하고 감각을 회복하며, 함께하는 경험의 장으로 조명받고 있는 것입니다.

 


👐쓰기가 이끄는 공감각 콘텐츠의 확장

 

브랜드와 리테일, 콘텐츠 전반에서 글과 감각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쓰기’는 단순한 활자에 그치지 않고 시각·후각·미각 등 다양한 감각과 결합해 공감각적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보문고는 2015년부터 ‘책향(The Scent of Page)’ 프로젝트를 통해 책의 감성을 향기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을 때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향기로 구현해 독자가 공간에서 글과 향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는 독서라는 읽기 행위인 시각에 향기라는 후각의 감각을 더해 더 깊은 몰입감을 전달합니다.📖

 

카페 앤트러사이트는 문학 작품의 세계관과 커피의 향미를 연결한 원두를 출시해 ‘맛으로 읽는 문학’이라는 신선한 콘셉트를 제안하고 있고, 민음사와 페이퍼라운지 커피의 세계문학전집 협업 드립백 역시 ‘마시는 글’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내 시각과 동시에 미각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도 살펴보자면, 일본 시부야의 서점 Hive Jinnan‘문고본을 마신다’는 콘셉트의 팝업 카페를 운영했습니다. 문학 작품의 문장이 인쇄된 커피 슬리브 중 고객이 좋아하는 작품이 담긴 슬리브를 선택하면, 바리스타가 해당 작품에 어울리는 맛의 커피를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시도를 통해 문학을 보다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여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 최근 SNS로 화제가 된 프랑스 향수 브랜드 메종 크리벨리(Maison Crivelli)는 시향지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콘텐츠로 주목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향수를 뿌려 냄새를 확인하는 시향지에, 향과 연관된 문장이나 이미지가 드러나는 특수 잉크를 사용해 향을 ‘보고 읽는’ 방식으로 확장시킨 것입니다.✨ 이는 향이라는 후각에 언어라는 시각 요소를 결합해 브랜드 메시지를 보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전달한 사례입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공감각 콘텐츠가 유명 작가의 문장이나 브랜드의 기존 메시지를 향이나 맛에 일방적으로 대응시키는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감각을 해석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구조인데요.

 

앞으로는 ‘쓰기’의 감각이 더 주체적으로 반영된 형태, 다시 말해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감각을 만들어나가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확장 가능성은 이미 일부 브랜드 사례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향수 브랜드 그랑핸드는 2025년 올해 처음으로 문예공모전을 열었습니다.🍀 후각이라는 ‘향’에 시각이라는 ‘글’을 더해보자는 취지로, 에세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모집한 것인데요. 선정된 작품들은 작품집 형태로 묶여 발간되었으며, 그랑핸드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향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창작자(작가)들과 함께 텍스트로 번역하고, 또 독자와 감각을 나누는 공동 창작의 장을 마련한 셈입니다.

 

식품 브랜드 오뚜기 ‘가뿐한끼’라는 간편식 제품 출시와 함께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와 협업하여 ‘모닝 루틴 키트’를 선보였습니다.🍚 이 키트는 단순한 식사 패키지가 아닌, 아침 식사와 함께 하루를 차분히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루틴 도구들(레시피 카드, 감정 기록용 노트, 자기 다짐 스티커 등)로 구성되었습니다. 소비자가 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기록하는 경험과 일상의 루틴을 만들기까지 확장된 소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쓰기 기반 커머스’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브랜드가 제공하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브랜드 세계 안에서 표현하고 구현하는 능동적 참여자(프로슈머)로 변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쓰기는 이제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후각과 청각, 공간이 결합된 다중 감각적 경험으로 재설계되며 브랜드 경험의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쓰기는 감각을 설계하는 창작의 언어

 

이제 쓰기는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감정, 감각, 경험을 큐레이션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손끝의 감정은 향기와 소리, 공간으로 확장되고, 쓰는 사람은 자기 세계를 설계하는 기획자로 변모합니다. 이는 글쓰기 클래스와 커뮤니티, 디지털 툴을 넘어 감각과 감정이 결합된 공감각 콘텐츠 생태계로 이어져 우리에게 또 하나의 ‘놀이’를 제공합니다.

 

결국 지금의 ‘쓰기’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감각으로 살고 있나요?

그리고 그 감각을 ‘글’로 누구와 어떻게 나누고 싶나요? 🥰

 

✍🏻이지혜 대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기획을 해온 ‘우리들의 생활연구소’ 대표입니다. 감각 기반의 소비자 인사이트 리포트와 워크숍, 세미나 등을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브랜드와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콘텐츠 실험과 협업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