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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컬쳐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화폐 속 모델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나라별 화폐로 알아보는 역사 속 위인 탐구

by 하나은행 2017. 9. 6.
Hana 컬쳐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화폐 속 모델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나라별 화폐로 알아보는 역사 속 위인 탐구

by 하나은행 2017. 9. 6.

신사임당,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차리셨을 것 같은데요. 5만 원권에서 1천 원권까지, 바로 우리나라 화폐에 그려진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의 화폐에서 인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늘은 화폐에 인물을 그려 넣는 이유와 화폐를 통해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나라의 화폐에는 과연 어떤 인물들이 들어가 있을까요?


# 왜 화폐에 인물을 그려 넣을까?


한 나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화폐는 정치적 상징으로서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국민에게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나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을 넣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분이 알고 있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화폐에 인물이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섬세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 넣음으로써 쉽게 모방할 수 없도록 미리 예방한 것인데요. 문양이나 상징보다 얼굴은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똑같이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물은 어떻게 선정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선정 기준이 한국은행 고유의 소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분야를 고려하여 선현 또는 상징물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인물이 선정 되면, 역사적으로 논란이 없는지 최종 검증을 거친 다음에 화폐에 그려진다고 하는데요. 인품과 업적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생김새가 분명한 얼굴이 조건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각국의 화폐와 화폐 속에 그려진 인물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각국의 화폐에는 재미있는 문화와 역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화폐에 새겨진 초상화가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가 하면, 모든 화폐에 한 인물만이 들어가는 국가도 있습니다. 그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화폐 속에 담긴 이야기를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구상에 유통되는 화폐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입니다. 영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국연방에 속한 20여 개의 국가서 여왕이 그려진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지폐에 새겨진 유일한 여성, 엘리자베스 여왕 2세는 1953년 왕위를 계승 받음과 동시에 화폐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27살의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밝고 명랑한 느낌의 여왕이 화폐에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여왕이 늙자, 화폐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국, 영국의 5파운드(1975년), 캐나다의 1000달러(1988년), 뉴질랜드의 20달러(1999년), 영국의 50파운드(2011년) 등 은행권과 주화가 발행되는 시기에 맞춰 총 4차례 여왕의 초상을 바꾸었습니다. 여왕과 함께 화폐도 늙는다는 이야기가 이때 나오게 된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 아닌, 역사적으로 업적을 세운 위인들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조금 색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는데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엘리자베스 2세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태국은 1932년 왕정이 종식된 국가입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국왕이 통치하는 나라가 아닌데요. 하지만 라마 9세인 푸미폰 국왕은 세계 최장 기록인 70년을 집권하는 등 여전히 태국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존경심이 역력히 드러나는 대목 중 하나가 화폐인데요. 태국의 20, 50, 500, 1000바트 지폐는 물론, 모든 주화에 푸미폰 국왕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에 왕위 계승 50주년이나 결혼 50주년, 72번째 생일 등의 기념일을 맞아 기념 지폐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화폐에 푸미폰 국왕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국왕을 넘어 태국의 국교인 불교의 최고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생불로 추앙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 국민은 국왕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도록 화폐를 굉장히 조심히 다루는 편인데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화폐가 구겨졌을 경우 다림질을 해서 빳빳하게 펴서 사용할 정도라고 합니다. 태국 여행 시 지폐를 구기거나 발로 밟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5루피부터 1,000루피까지 인도의 모든 지폐의 앞면에는 국부인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1천 원부터 5만 원권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그려진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인도 국민은 간디를 위인을 넘어 인도의 역사 그 자체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간디는 깡마른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영국 제국주의에 '비폭력 평화주의'로 맞서 싸운 인물인데요. '인도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간디는 화폐뿐만 아니라 인도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곳곳에 세워진 간디의 동상부터, 간디로(路)를 볼 수 있습니다. 뉴델리 수도부터 시골까지 Gandhi road라 불리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하네요.

인도 화폐인 루피에는 특별한 점이 있는데요. 간디의 초상화가 새겨진 앞면을 뒤집으면 나오는 액면 금액이 총 15개의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인도는 다인종∙다언어 국가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지폐 액면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런 지점은 배려와 인간관계를 우선시했던 간디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평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 지폐에 그려진 인물 중 유일한 여성, 바로 신사임당인데요. 5만 원권의 주인공이자 5천 원권에 새겨진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율곡 이이를 키운 현모양처의 표본이라고 널리 알려진 신사임당은 사실 시, 서, 화에 모두 뛰어난 예술가이기도 했습니다.

신사임당은 7세부터 스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인 안견의 그림들을 따라 그렸던 화가 천재였습니다. 특히, 풀벌레나 포도를 즐겨 그렸는데, 치마에 포도물이 들어 당황한 여인에게 포도를 그려주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답니다. 또한, 율곡 이이의 ‘선비행장’의 어머니에 대해 ‘어렸을 때 경전을 통달하고 글을 잘 지었으며 글씨와 그림에 뛰어났고, 또 바느질에 능해서 수 놓는 것까지 정묘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라는 문구를 통해 뛰어난 예술가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충도를 그린 뛰어난 화가이자 조선 중기 시와 글씨에 능했던 예술가 신사임당!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여류 예술가로서 자녀 교육뿐만 아니라 본인이 가진 능력도 출중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5만원권에 그려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화폐를 통해 만나는 '무언의 외교관'


각 나라를 살펴보면서, 화폐에 새겨질 인물을 선정할 때 각별한 의미를 담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요. 모든 국가에서 화폐에 인물을 꼭 새겨 넣는 것은 아닙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폐에는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인물 대신 자연과 동물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계에는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돈이 많이 있습니다. 단순히 거래할 때 쓰는 도구라고 생각했던 화폐.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 나라의 정치와 역사,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해외여행을 떠나신다면 각국의 화폐는 어떤 모양인지 한 번쯤 관찰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