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ana 컬쳐

초복맞이! 삼계탕 한 그릇에 숨겨진 경제학은?

by 하나은행 2017. 7. 11.
Hana 컬쳐

초복맞이! 삼계탕 한 그릇에 숨겨진 경제학은?

by 하나은행 2017. 7. 11.

봄이 가니 복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순간 찾아온 무더위에 몸이 지치고, 기운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이런 날에는 역시 다양한 보양식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날이 더울 때면, 또 초복 중복 말복이 때마다 찾아오면 조건반사처럼 생각나는 보양식은 누가 처음 만든 것일까요? 

 

복날에 대한 기록은 중국 ‘사기(史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7세기 진나라에서는 복날을 정해 제사를 지내고, 신하들에게 고기를 전해주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 조상들은 복날에 더위를 피해 계곡에서 음식과 술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성인남녀의 76%는 여전히 복날에 보양식을 먹는다고 합니다. 복날 한철 장사로 일년 수입을 벌어들이는 곳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복날이야 말로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를 뛰어넘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실제로 복날의 풍경을 통해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경제학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금부터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그러나 제대로 알지 못하던 복날의 경제학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계란 대란은 복날 대란의 예고편이다?

얼마전 AI(조류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계란의 유통이 제한되며 계란대란이라불리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계란 값이 높아지고 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외에서 계란을 수입해 오려는 시도까지 있었는데요.

계란과 닭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계란대란이 복날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야?’하고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닭고기의 값이 오르고 있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렇게 오른 닭고기 가격 때문에 닭고기 업체들은 이득을 볼까요, 손해를 보게 될까요?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을 해봤을 의문인데요. 대부분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닭고기 업체들은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동안 닭고기 업체들은 상대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과도하게 공급량을 늘려가며 단가를 낮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이렇게 이득이 없는 경쟁상태를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재미있죠? 

 

실제 AI파동 이후에는 닭고기의 공급량이 줄고, 단가가 높아지면서 안정화가 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AI파동을 겪은 지난해부터 닭고기 업체들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을 볼 때 틀린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네요.

하지만 AI의 피해를 입은 양계업자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AI 이후 소비자들이 닭고기 소비를 꺼려하면서 복날에 닭고기의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복날이 힘든 양계 농가에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그 많던 보신탕 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복날 하면 ‘삼계탕’ 대신 ‘보신탕’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소고기를 끓여 만든 육개장으로 몸을 보신했는데요. 소고기를 구경하기 힘든 서민들은 다른 고기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보신탕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오랜 인기를 구가한 보신탕이지만 그 위세는 이제 옛날 같지 않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시내의 보신탕 가게는 40%가 줄었다고 하는데 보신탕이라는 음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보신탕의 빈자리는 어떤 음식이 채우고 있을까요?

 

최근 사람들의 ‘최애’ 보양식 리스트에서는 보신탕이 사라지고, 한우, 장어구이, 오리고기가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모두 과거에는 비싸서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던 음식인데요. 이제는 유통망의 발달과 축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격이 안정화 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수고한 나를 위해, 수고할 나를 위해 특별한 선물처럼 보양식을 대접하는 ‘셀프 기프트’ 혹은 ‘작은 사치’의 개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처럼 소고기를 먹기 어려워 개고기를 대신 먹는, ‘대체재’의 개념이 아닌 ‘보완재’의 개념으로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소비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인데요. 이는 사회적 풍토가 보양식이 소비 패턴에 영향을 준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 일코노미가 바꾼 복날의 풍경

 

과거에 보양식은 ‘함께 먹으며 서로를 챙겨주는’ 것이라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백숙을 살아먹는 모습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인데요. 요즘은 ‘건강은 셀프’ 라는 구호와 함께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1980년대 전체 가구의 5%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지난해 27.2%로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1인 가구가 늘어나며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이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로 나타나듯 ‘혼보(혼자 보양식 챙겨 먹기)’도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소비의 변화, 유통의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1인 가구의 소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며 혼자 먹기 부담스럽지 않은 ‘반계탕’이 나타났고,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깔끔한 포장과 간편한 조리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간편조리식품이 삼계탕, 육개장, 갈비탕, 사골곰탕 등 종류도 다양하게 나온 것 입니다. 이렇듯 1인 가구가 경제에 미치는 현상인 ‘일코노미(1인 가구+Economy)’가 복날의 풍경도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복날은 어떤 풍경을 그리게 될까요? 그동안은 복날마다 보양식을 파는 음식점이 북적거렸지만 앞으로는 편의점과 마트가 북적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신탕이 지고, 고급 보양식이 떠오른 것처럼 유통망의 정비로 장어구이, 장어탕, 해물탕 등 좀처럼 접하기 어렵던 보양식들을 3분만에 뚝딱 만들어 먹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복날 보양식의 형태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건강한 여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복날 여러분도 든든하게 보양식을 챙겨 드시고, 건강한 여름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