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노믹스로 전망해보는 한국 경제
지난 1월 20일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트럼프가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호에는 트럼프의 6대 국정기조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해 전격 해부해본다.
#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 임하면서 트럼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행정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 령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기성 정치에 반감이 큰 백인 중장년층과 러스트벨트 지역에서는 트럼프가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아주고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유색인종과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차별의 벽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 원칙 : Buy American, Hire American
트럼프는 취임사를 통하여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한 철학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America’라는 단어를 총 35차례나 사용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추구할 것임을 숨기지 않았으며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라 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백악관 홈페이지에 에너지, 외교, 고용, 군사, 법, 무역과 관련된 6대 국정기조를 제시했는데 여기에도 전 분야에 걸쳐서 ‘미국 우선주의’가 강하게 적용 되고 있다. 먼저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셰일가스 및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에서 억제됐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화석 에너지 산업 강화로 향후 7년간 300억 달러 이상의 임금상승 효과와 40년 동안 6조 달러의 누적 세수 증대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인프라투자와 감세, 규제완화를 통해 연평균 4%의 성장률 추진
고용회복 및 성장과 관련해 향후 10년간 2,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평균 4%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10년간 1조 달러를 교통, 항만, 수로 등 인프라에 투자하고,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상속세 폐지 등 ‘친성장’ 세제개혁을 통해 기업이익을 도모하고 소비를 자극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성장기회를 제 한한다며 기존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언급했다.
무역협정 부문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즉시 탈퇴 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미래에 새로 맺을 무역협정도 강경한 태도로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무역협정이 미국 에 고소득 일자리를 가져다주고 우리 경제 중추인 제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 했다. 중국 등 대규모 대미흑자를 기록 중인 국가에 대해 징벌적 상계관세 부과, 슈퍼 301조 부 활, 환율조작국 대응 등 무역보복도 시사했다.
# 외교 및 군사정책 : 국방력 등 힘에 의한 평화를 통한 미국 우선주의 달성
외교 정책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를 천명했다. 특히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급진 이슬람 테러그룹을 격퇴하는 것을 최우선 과 제로 꼽았으며, 북한과 이란 등 공화당이 주적으로 인식하는 국가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능가하는 국방력을 보유하기 위해 국방력 강화 및 첨단화가 목표이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타개하기 위한 최첨단 미사일 방어체계 (MD) 개발이 주안점으로 거론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위해 “국방예산 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Sequester)를 폐지할 것이며, 군재건 계획이 담긴 새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이버사령부의 공격적·방어적 역량을 개발하고 명석한 미국인들을 고용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며 러시아의 ‘미(美) 대선개입 해킹사태’에 따른 사이버 전쟁 대비책도 제시 했다.
뜨거운 감자인 ‘국경장벽 설치’는 주요 공약으로 남겨졌다.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을 근절하기 위해 국경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국경장벽 설치 뿐만 아니라 취업 비자 프로그램을 새롭게 정비하고, 난민 수를 엄격 히 제한할 것임을 천명했다.
# 공화당도 오바마케어 폐지, 규제개혁, 조세개혁, 인프라개혁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지원
트럼프 정부의 6대 국정기조와 더불어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간 추진할 주요정책 입안구상을 제시했다.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22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서 ‘오바마케어 폐지, 규제개혁, 조세개혁, 인프라 개혁’ 등 4대 핵심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ACA)를 즉시 폐지하고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을 도 입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형규제가 시행되기에 앞서 반드시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한 이른바 ‘고삐 법안’(REINS Act) 통과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한 미국의 경제성장 엔진이 다시 가동되고 중산층도 성장할 수 있도록 조세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인프라구조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재확인하겠다고 밝혔다.
# 인프라 투자로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높은 성장이 기대되나,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 배제 못해
트럼프 행정부는 4%대 성장률 시대를 재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연준 등이 추정하고 있는 잠 재 성장률은 2% 내외에 불과하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부양을 통한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 주류와 적정선에서 타협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부양은 정부안대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의 인프라 기반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교통, 항만, 수로 등 인프라에 대한 재정투자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도 미국경제는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는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다만 재정 부양은 미래의 성장을 끌어오는 것으로 중 장기적인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며, 이에 따라 미(美)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압박이 우려되며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재확인됨에 따라 국내 경제에서는 무역부문의 부정적 인 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의회와의 재정부양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재정정책보다 대통령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큰 무역 및 외교부문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로 무역 불균형 구조에 대한 시정압력을 강화할 경우 대미 수출회복 지연 및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수출의 경기 견인력 약화가 예상된다.
특히 대미 흑자규모가 큰 자동차 산업(2016년 기준 176억 달러 흑자)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간접적으로 글로벌 교역감소와 미중 무역관계 악화 등이 국내 수출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4월과 10월 미(美)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전후하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글은 하나금융연구소의 하나행복노하우 (2017.2)에서 발행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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