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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하나은행20

돈의 신선, 유해(劉海)를 만나다 “밥 말고 그냥 돈 주시지예. 일단 돈이 있어야 식구가 되지예.” 영화 에서 ‘언제 조직원들이 다 같이 밥이나 먹자’는 준석(유오성 분)의 말에 대한 성훈(김우 빈 분)의 대답이다.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는 동수(장동건 분)의 죽음을 지시한 혐의 로 수감된 준석이 17년 만에 출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준석은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에 위기감을 느 끼며 흩어져 있던 자신의 세력을 다시 모은다. 이 과정에서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동수의 아들, 성훈을 자신의 오른팔로 삼는다. 준석의 세대를 반영하는 와 달리 는 준 석의 세대가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의 세대, 즉 성훈의 세대를 탐구하는 영화다. 성훈의 세대로 대변 되는 아들 세대는 식구도, 친구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어쩌다 그렇게.. 2014. 6. 25.
이타미 준의 건축세계 : '바람의 노래가 들리는 곳' . 성격이 대조적인 두 남녀가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따뜻한 영화로 기억한다. 본능적이며 역동적 이미지의 동물원과 이성적이며 정적인 느낌의 미술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존재를 남녀에 비유한 신선한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을 찾을 때면 이 영화가 떠올랐고, 미술관과 동물원은 참 유쾌하고 유려한 조화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물론이겠거니와 건축도 다른 존재와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이 동물원 옆 미술관에서 열리는 건축가 이타미 준의 전시를 보러가는 길목에서였다. 이타미 준. 자신의 이름보다는 제주도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미술관’의 건축가로 더 잘 알려진 그의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타미 준의 40여 .. 2014. 6. 5.
영상으로 태어난 에드워드 호퍼의 풍경들 '에드워드 호퍼와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대기권 바깥부터 요정들이 지배하는 땅까지,영화기술의 발전은 매순간 현실과 가상의 간극을 좁혀갑니다. 19세기 말 처음 탄생한 기록 영상과 21세기의 영화는 이제 거의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나 10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규칙들도 있습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화는 스크린이라는 사각 무대 위에서 상연됩니다. 감독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의 미학적 완성도와 긴장감을 위해 미장센의 구성 요소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많은 장면들이 회화에서 그 영감을 얻습니다. 프레임 안에 세계를 호출한다는 점에서 회화는 영화의 양식적 선배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현대 화가 중에서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감독들의 훌륭한 조언자였습니다. 문과 창문, 실내와 실외가 중.. 2014. 5. 21.
예술가의 술, 압생트 : 19세기 예술가들이 사랑한 초록 요정 19세기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뒷골목, 오후 5시경이면 어김없이 예술가들의 아지트에선 압생트의 향연이 벌어졌습니다. 고흐, 르누아르, 드가, 피카소 등 당시 가난했던 화가들은 싸구려 술집에서 압생트를 마시며 하루의 시름을 떨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고뇌하며 취해갔습니다. 때론 에메랄드 빛 술 한 잔에서 영감을 얻거나 낭만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압생트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애정의 대상이었습니다. 압생트, 독해서 지독하게 매력적인 술 압생트는 은은한 초록빛을 지녀 ‘초록 요정’이라 불리며 19세기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술이자, 강력한 환각과 중독성으로 ‘악마의 술’이라 불리며 한때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었던 술이기도 합니다. 압생트라는 이름은 향쑥(Wormwood)의 라틴명인 압신티움(Ar.. 2014. 5. 14.
이별을 그린 그림 : 연인의 뒷모습과 남은 자리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대개 영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통 한숨처럼 짧은, 찰나의 추억만을 남기고 기억의 그림자 뒤편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다. 젊음도, 꽃도, 그리고 사랑도 그러하다. 아름다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긴 회한과 마르지 않는 눈물, 그리고 긴긴 불면의 밤이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라파엘 전파 화가인 아서 휴즈(Arthur Hughes)의 은 봄의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사랑의 뒷모습을 포착한 그림이다. 아마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일, 꽃처럼 곱게 자란 처녀가 이 그림의 주인공이다. 보라색 드레스 위에 하늘하늘한 얇은 숄을 걸친 모양새가 분명 거울을 보고 열심히 꾸민 듯한 모습이다. 하얀 팔에도 같은 보랏빛 리본이 앙증맞게 매어져 있다. 그런데 .. 2014. 5. 6.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 "넌 나의 뮤즈, 난 너를 창조했네" 멕시코의 국민화가 프리다 칼로의 예술은 프리다 칼로의 삶과 정확히 일치한다. 단언컨대 미술사에서 삶과 예술이 그처럼 완벽하게 일치한 화가가 없을 정도다.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한 존재는 바로 칼로의 연인이자 동지이고 뮤즈인 디에고 리베라였다. 그렇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칼로에게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창조하는 그녀만의 파워 혹은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육체적인 불운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을 보낸다. 헝가리계 독일 출신의 유태인인 아버지와 스페인 토착민 혼혈인인 어머니 사이의 네 딸 중 셋째 딸로 태어난 칼로. 몽상가였던 아버지는 나약하고 비현실적이었던 반면 어머니는 엄격하고 독선적이었다.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칼로는 아버지로부터는 특별한 사랑을 받았지만.. 2014.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