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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Blog821

인상파 거장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 영화 <르누아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인상주의의 대가들 가운데 한 명이자 역사상 가장 관능적이고 낙천적인 그림을 창조한 화가입니다. 드가는 물과 밤에 천착했고, 세잔은 자연에 대한 엄격한 철학을 일련의 풍경화로 완성해냈다면 빛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인상파 화가 중에서도 르누아르는 가장 화려하고 격렬하 게 미(美)에 도취된 인물이었습니다. 르누아르가 자신의 미 의식을 표현하는 매개체는 여성의 몸이었습니다. “만약 신이 여성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나는 화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죠. 풍성하게 출렁이는 여체, 통통하고 홍조를 띤 소녀들, 금빛 사슬처럼 화폭을 덮는 빛의 유희까지, 르누아르가 사랑하고 묘사했던 모든 것들은 관능이라는 소실점을 향합니다.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결핍과 가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르누아.. 2014. 8. 18.
예술과 비즈니스의 모범사례, 카니예 웨스트와 무라카미 다카시 미국의 유명한 힙합 뮤지션인 카니예 웨스트의 세 번째 앨범 은 웨스트에겐 보다 넓고 단단한 문화계에서의 입지를, 무라카미 다카시에겐 거대한 소통의 창구를 선물했다. # 스타일리시한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 카니예 웨스트가 대중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본업인 음악과 요즘엔 본업보다 더 많이 언급되는 그의 ‘스타일’일 것이다. 랩과 힙합에 정통한 마니아나 평론가가 아닌 다음에야 그의 음악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솔직히 내가 -그나마 즐겨듣는 음악은 밴드뮤직인- 그의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동네 조기축구 선수가 홍명보 감독에게 축구 전술을 얘기해주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감상자 입장에서라면, 상당히 듣기 편했던 초기 앨범에 비해 요즘의 음악.. 2014. 8. 13.
근대 사회를 움직인 예술가들, 새로운 우상의 탄생과 시대의 장막 :: 드뷔시, 마르셀 프루스트, 마네 19세기는 서양 역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였다. 정치적으로는 18세기 말부터 불어닥친 프랑스혁명의 여파로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섰고, 경제 분야는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산업사회가 본격화됐다. 이 때문에 사회의 구성 원리가 완전히 바뀌자 그동안 신분 등 여러 제한에 억눌려 있던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인 인물들이 전면적으로 등장해 대중에게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사회 변혁 의식과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엘리트 집단과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예술가들이 독창적인 작품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드뷔시, 음악은 보인다 음악은 감상이 목적이다. 19세기까지 음악의 역할은 의식(교회나 제사 등)과 유흥(공연과 연주 회 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음악의 인상파, 음악의 상징주의자라고 불리는 클로드 드뷔시의 .. 2014. 8. 6.
왕궁의 울타리 속 빛과 그림자, 황금 권력과 스타들 사진이나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유럽의 군주들은 자신의 초상을 그리는 데 유난히 심혈을 기울였다. 국왕의 초상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왕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국왕은 위엄과 품격을 갖춘 초상화로 ‘하늘이 내려준 왕’을 모시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했던 것이다. # 위엄있는 군주, 헨리 8세 유럽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관광 명소 중 하나가 한때 왕과 왕비가 살았던,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는 왕궁들이다. 윈저성이나 베르사유, 쇤부른 궁의 휘황찬란한 홀과 복도를 거닐다 보면 저절로 왕족이 된듯한 기분에 젖게 된다. 금빛으로 치장된 벽에는 이름 모를 왕족의 초상이 줄줄이 걸려 있다. 그중 하나의 초상에 눈길이 닿는다. 당당한 체격에 위엄 가득한 표정, 무엇보다 매서운 눈매가 인상.. 2014. 7. 30.
인생의 쓴맛, 예술의 단맛 ::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하는 아트놈, 변대용, 찰스장 작가 제프 쿤스, 줄리안 오피, 무라카미 다카시 등 예술계의 이름난 스타 아티스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만의 견고한 조형 언어를 키워가는 ‘작가적 기질’과 대중성을 무기로 미디어에 효과적으로 노출되는 법을 깨친 ‘스타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아트놈, 변대용, 찰스장 작가는 가장 탁월한 예술가들이다. 순수미술과 대중 미디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예술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하는 그들을 만나본다. 아트놈 | 퍼니즘, 가벼움의 미학 유쾌하다. 아트놈의 작품에는 고통 속에서 끄집어낸 예술혼이나 머리를 끙끙 싸매게 하는 현대미술의 난해함 같은 것이 없다. 단박에 ‘예쁘다’ ‘귀엽다’ ‘재미있다’ 같은 순수하고 분명한 감정만이 감탄사로 터져나올 뿐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에둘러서 표현한다.. 2014. 7. 23.
'나와 당신의 인공낙원', 표정이 지워진 군중에 공공의 기억을 담는 이상원 작가 ‘사회’라는 공통주제로 묶인 어느 전시회에 이상원 작가의 군중 시리즈가 걸려 있었다. 그가 바라본 해변 풍경은 푸른 바다가 아닌 갈색 모래 위에 자리 잡은 빽빽한 군중의 모습이다. 일정한 패턴처럼 반복되는 군상이 그려진 작품을 보며 누군가는 즐겁기보다 지옥 같은 휴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원 작가는 결코 획일화된 여가의 불편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동시대 사람들이 기억하는 여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회로칩에 가깝다. 얼마 전 을 마쳤어요. 오랫동안 다룬 ‘여가’ 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전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작가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치면 의무적으로 전시를 해야 해요. 약속된 시간 안에 온전히 새로운 작업만으로 전시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 201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