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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피플

뉴욕 디자인 갤러리 여성 대표, 크리스티나 그라잘레스를 만나다

by 하나은행 2015. 9. 10.
Hana 피플

뉴욕 디자인 갤러리 여성 대표, 크리스티나 그라잘레스를 만나다

by 하나은행 2015. 9. 10.

 

크리스티나 그라잘레스(Cristina Grajales)는 뉴욕에서 디자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디자이너의 영감이 깃든 미드 센추리 가구(Mid Century Furniture)를 비롯해 제품, 조명, 디자인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오늘날, 그 둘의 관계를 이해하고 디자인에 대한 시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를 만났다.

 

사무실 뒷편 철제 선반. 아티스트 샘플, 카탈로그, 옥션 카탈로그 등을 모아두었다. 선반 가운데 있는 풍선 모양의 조각품은 영국 예술가 수지 맥머레이(Susie MacMurray)의 작품이다.

 

먼저, 디자인 갤러리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어머니는 취향이 매우 세련된 분이셨어요.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공을 들이셨죠.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물건이나 감각적인 것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디자인이나 예술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저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950갤러리’란 곳에서 디렉터로 일했습니다. 예술 및 디자인 컨설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시대 디자이너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다 보니 사람들에게 작품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처음 기획한 전시는 필립 앤드 켈빈 라번(Philip and Kelvin LaVerne)의 가구 전시였는데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디자인 갤러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오른쪽 도자 토르소는 낸시 헐스의 작품이다. 주변에 놓인 돌과 화석들은 콜롬비아 북부 지역에서 온 것이며 돼지 모양의 도자는 마구에라이트 브레넌(Marguerite  Brennan)의 작품이다.

 

지난 15년 동안 소호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는데, 곧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계획이라면서요?
저는 2001년 1월 소호에 갤러리를 열었어요. 뉴욕의 첫 번째 디자인 갤러리였죠. 당시 소호는 예술가들의 영혼이 충만한 곳이었어요. 상업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창의적인 곳이었죠. 현재는 부동산 가치가 높아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지역으로 변모해버렸지만요. 소호에서 지낸 15년의 시간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습니다. 평생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고객과 디자이너들을 만나게 해주었고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제게는 언제나 그리운 고향과도 같은 곳이죠. 새로 옮기는 갤러리는 25번가 쪽이에요. 첼시에서 3블록 떨어져 있고 매디슨 스퀘어 파크가 코앞이라 매우 만족스러워요. 과거의 소호와 꼭 닮은 곳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공장을 개조한 아파트(Loft)에, 멋진 호텔, 레스토랑, 창의적인 산업 공간이 가득한 곳이에요. 재미있는 예술 프로그램도 많고요. 저는 그런 에너지가 모여 있는 곳이 좋아요. 새롭게 갤러리를 열 날이 무척 기대됩니다.

 

갤러리 전시 전경

 

당신의 갤러리가 소개하는 디자인 작품들은 매번 감탄을 자아냅니다.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갤러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은 고객이나 친구들을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누구와 함께 일할지는 매우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편이에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강렬하게 끌리는 점을 발견하게 되죠. 혁신적이고 본질적인 것들, 비전, 장인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함께 일하는 15명의 디자이너 역시 좋은 결과물을 내는 최고의 디자이너들이죠.

 

그렇다면 디자이너들과 함께한 프로젝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올 늦여름에 오픈 예정인 ‘레지덴셜 빌딩(The Schumacher)’의 디자인 큐레이션을 맡으면서 3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했어요. 전체 공간에 놓이는 오브제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도서관, 로비 같은 장소에 필요한 디자인 작품들까지 제안했습니다. 작가들과 함께 빌딩을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인간과 건물이 유기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진행해온 <시팅 내추럴리(Sitting Naturally)>라는 전시입니다. 플로리다에 있는 코럴 게이블의 ‘페어차일드 식물 정원’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7명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자를 공원 안에 전시해서 관람객이 직접 앉아볼 수는 체험 전시를 기획했어요. 마침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이 열리는 12월 첫째 주가 전시 기간이어서 많은 인파가 다녀갔지요. 이 전시가 꽤 인기가 좋아서 나중에는 다른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들과도 함께했습니다.

 

전시 중인 갤러리 전경. 크리스토프 콤(Christophe Come), 알렉산드라 아구델로(Alexandra Agudelo), 존 폴 필리프(John-Paul Philippe), 스티븐과 윌리엄 래드(Steven and William Ladd)가 참여했다.

 

저 역시 마이애미에서 직접 전시를 봤는데 정말 인상 깊었어요. 지금까지 디자인 갤러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작은 사업체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종종 어려움에 직면하곤 합니다. 매일매일이 허들 넘기의 연속이죠. 해결되었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고객들이 우리 갤러리에 기대하는 것은 ‘끊임없이 놀라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발견하게 하고, 탐험하게 하는 그런 경험이요. 그래서 갤러리 프로그램을 더 독창적이고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마음의 소리를 따르고, 한계를 초월해야 한다는 점은 스스로 알고 있지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간편해지면서 고객들의 구매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가 계속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이죠.

 

(좌) 갤러리 문 위에 걸린 작품은 조스 팔라(Jose Parla)의 회화 작품, 캐비닛은 페드로 바래일(Pedro Barrail)의 작품이다. 그 위에 있는 총알 모양의 도자 작품은 제임스 살래이즈(James Salaiz)가 만든 것 (우) 나무에 ‘I Love NY’를 새긴 독특한 스툴은 페드로 바래일의 작품이다.

 

 

크리스티나 갤러리는 10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디자인 마이애미/바젤(Design Miami/Basel)>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디자인 마이애미의 핵심 프로그램이자 대부분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주요 시장은 디자인 갤러리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갤러리가 다양한 시대의 가구와 조명, 아트 오브제 등 최고급 컬렉션을 선보이며 디자인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죠. 이 행사가 당신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지워가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순수예술과 디자인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치를 높여가는 중요한 역할이죠.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10년 간 빠지지 않고 참여한 단 하나의 미국 갤러리라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새롭게 여는 갤러리에서 디자인 작품과 예술 작품을 함께 보여주고 판매도 하는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 있습니다. 예술과 디자인이 공존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공간이지요. 이러한 형태가 디자인 시장의 새로운 방향성이 될 겁니다. 저는 예술 작품의 가치만큼이나 디자인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때가 머지않았음을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만큼 그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해요. 상업과 예술의 접점에 선 디자인 가구가 독창적인 문화의 한 형태로 각광받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디자인 작품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접점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글·강희경 | 진행·이소진 | 디자인·우선영 | 사진·강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