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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컬쳐

마룬파이브와 사진작가 이정, 다 같이 V

by 하나은행 2015. 7. 20.
Hana 컬쳐

마룬파이브와 사진작가 이정, 다 같이 V

by 하나은행 2015. 7. 20.

마룬5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의 앨범 커버

고백하자면 마룬파이브의 심미안에 놀랐습니다. 그들이 먼저 러브콜을 청한 포토그래퍼 이정의 사진이 정말 좋았기 때문입니다.당대 최고의 인기 뮤지션인 마룬파이브가 그녀에게 자신들의 5집  표지 작업을 의뢰하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확실한 것은 그들의 선택은 옳았고, 이 협업은 모두의 마음속에 승리의 'V'를 새겼다는 것입니다.

 


# 사진에 대한 단상

 

좌) ‘I Dream of You’, Lee Jung, C-type print, 170×136cm, 2012 우) ‘The End’, Lee Jung, C-type print, 100×125cm, 2010

영화 <어벤져스2>가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불만은 영화 자체의 스토리보다 영화 속 한국 풍경이 별로라는 것이었습니다. 패션 잡지 에디터를 하던 시절, 사진가들의 푸념도 떠올랐습니다. “파리나 뉴욕에 기반을 둔 포토그래퍼들은 얼마나 좋을까? 굳이 비싼 돈 들여 해외 로케 촬영을 떠나야 하는 비애랄까?” 그럴 때마다 “실력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핀잔도 줬지만 사진가들은 하나같이 “빛의 광량이나 풍경이 달라 아무래도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찍은 사진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라고 변호했습니다. 그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깨달았답니다. 난다 긴다 하는 <어벤져스2>의 스태프들이 찍어도 한국의 모습은 여전히 잿빛 투성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주제인 마룬파이브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인  앨범 재킷 표지 사진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작업을 진행한 포토그래퍼 이정은 흔히 말하는 스타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김중만이나 구본창처럼 상업과 순수예술을 넘나들지도, 홍장현이나 김영준, 안주영처럼 상업적인 장점도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배병우나 김아타, 심지어 이명호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예술 사진가는 더더욱 아니지요. 다소 우중충한 배경에 어우러지는 네온 빛의 묘한 번짐과 작가의 메시지가 참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그렇다고 ‘이정’ 하면 누구나 “아 그 사진가?” 하며 고개를 끄덕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정 하면 제주에 산다는 해병대 출신 가수 이정부터 먼저 떠올리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 그녀를 마룬파이브가 정규 앨범 표지 작업의 아티스트로 결정했습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룹 멤버들이 예술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작품을 눈여겨봤고 마침 그녀의 작품이 이번 앨범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확신이 들어 작업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그룹의 다섯 번째 앨범  표지의 배경은 경기도의 한 저수지입니다. 이정과 마룬파이브의 컬래버레이션은 2014년 앨범 출시 당시에도 꽤 화제가 되어 몇몇 관련 기사들이 나왔는데, 대부분 ‘국내 풍경 같지 않은 배경’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요? 제 눈에는 설사 포토그래퍼가 한국인인지 몰랐다 하더라도- 지극히 한국 같았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마룬파이브의 멤버들은 그녀와의 작업을 ‘끝내주는 여행’이었다며 흡족해했답니다. 어쩌면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풍광을 찍었을 때의 그 느낌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물 빛깔은 아니지만, 묘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낮은 채도가 더 ‘쿨하게’ 느껴졌던 것일까요.

아마 당분간 사진작가 이정의 프로필 앞엔 ‘마룬파이브의 앨범 재킷을 촬영한’이란 수식어가 붙을 텐데요. 이정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보니 메시지가 담긴 사진으로 꽤 널리 알려진 미국의 개념미술 작가 제니 홀저(Jenny Holzer)와 사진작가, 필립 로카 디코르시아(Philip Lorca di Corcia)의 사진 톤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필립 로카 디코르시아의 작품 속 배경을 ‘한국적’이라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이정 작가의 작품을 본 뒤 다시 보게 된 <어벤져스2> 속 한국 풍경도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잿빛 투성이’가 아닌 누군가에게 이색적인 메트로폴리탄의 풍경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끝내주는 여행

 

그렇다면 이 멋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소개한 마룬파이브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워낙 유명하니 그들의 성공 히스토리를 일일이 적는 건 지면 낭비일지 모르겠습니다. 보컬인 애덤 리바인을 비롯해 멤버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니 말입니다. 보통 한국에서만 유독 인기를 끄는 그룹들도 있기 마련인데, 마룬파이브만큼은 그런 걱정 붙들어 매도 됩니다. 그들은 북미는 물론 아시아나 유럽에서도 확실한 슈퍼스타니까. 그들에 대한 사랑이 우리만의 단상사는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네 번 콘서트를 열었는데, 가장 공연하고 싶은 곳으로 한국을 꼽고, ‘한국 팬은 은하계 최고 의 팬’이라고 거론하곤 합니다.

알다시피 다섯 번째 앨범 는 중의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로마자 ‘5’를 뜻하고, 빅토리의 ‘V’를 뜻하기도 합니다. 마룬파이브는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의 ‘끝내주는 여행’을 마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일찍부터 자신의 음악 틀을 깨고 싶다며 LA에서 뉴욕으로 건너왔고, 자신들의 음악을 고집하기보다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추구해왔습니다. 덕분에 그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인기 정점을 찍고 있는 그룹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들만의 음악을 추구할 때가 되었고, 는 그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표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겁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해왔던 음악과의 사투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하는 동시에 향후 그들의 음악이 네온 빛이 퍼져 어두운 주위를 밝히는 것처럼 당대의 뮤지션들에 영향을 주는 것을 염원하면서 말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정과의 작업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겠지요.


글·김현태 | 진행·이소진 | 디자인·김재석 | 도움·원앤제이 갤러리(ONE And J.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