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란 무엇인가
#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 예술은 에너지가 된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하나은행> 독자들의 엽서를 보고 있자니, 문득 예술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일상과는 분리됐던, 때로는 삶의 이벤트 같았던 영역이 어느새 내 삶 깊숙한 곳까지 자리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매일 들여다보는 달력도, 책상 앞 작은 액자도 모두 예술 작품이니 말입니다.
이제 예술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술만큼 그 경계가 모호한 장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과학과 예술, 마케팅과 예술, 철학과 예술, 건축과 예술까지. 예술은 전 방위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에 소개될 미디어 아트 역시 예술과 과학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삶의 모든 영역은 예술이라는 에너지를 얻을 때 비로소 활기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봄날도 예술로 충전해봅시다. 상처받은 이에게는 위로가, 삶에 지친 이에게는 휴식이, 꿈꾸는 이에게는 소망이, 나누고 싶은 이에게는 선물이 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니까요.
Q.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은데 미디어 아트 하면 영상 만화 정도만 떠올라요. 현재의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변모하고 있으며 어떤 전시들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세종시 종촌동 김린다 님)
A. 미디어 아트 하면 사실 장르의 창시자이기도 한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가 먼저 떠오르고 김린다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영상 만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미디어 아트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영역의 한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아트, 뉴미디어 아트라 불리며 최근 등장한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예술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웹 아트, 인터넷 아트, 멀티미디어, 상호 작용적 설치 작품, 디지털 영화 등의 형식으로 실현되기도 하지요. 이렇듯 디자인과 과학, 예술의 경계가 무너진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 하지만 과학 기술에 바탕을 둔 미디어 아트가 모두 예술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적어도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미적 체험을 실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지요.
지난 2012년 <하나은행>에 소개된 적이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야말로 이러한 전제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킨 뉴미디어 아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연현상을 과학적 탐구를 통해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여 아름답고 신비한 예술을 연출해냅니다. 안개 가득한 통로를 만들기도 하고, 화이트 큐브 안에 무지개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심지어 황금빛 태양을 만들어 관람객이 빛을 마주하고 드러누워 오감으로 호흡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생경한 순간에 우리는 전율하게 되죠.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 초대형 인공 태양을 설치한 이 독일 작가는 베를린의 한 미술관을 거대한 그물 모양의 거울로 덮어 4차원 터널과도 같은 공간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나 상상력이 부족한 과학이 예술적 아이디어를 덧입으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비한 예술 장르가 창조된 것입니다. 반대로 단출하고 소박했던 혹은 평면적이던 예술이 입체적인 과학 기술을 덧입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셈에 밝은 산업이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를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혹은 아트를 핵심 역량으로 꼽는 대표적인 기업 브랜드의 예술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4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의 전시관 ‘트렌드 나우’는 디자인 경영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전문 아티스트와 협업한 체험 중심의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 다수 등장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관객이 웹툰의 일부가 되어 이야기를 완성한 국내 한 대형 포털 회사는 체험 서비스를 강화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를 엮어내는 국내 한 뷰티 브랜드의 미디어 아트 마케팅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얼마 전에는 LED라는 이색 소재로 한국의 전통미를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으며 이슈가 된 미디어 아트 전시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3월 1일 막을 내린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이 그것이지요. 관람객 20여 만 명을 동원하며 이른바 대박을 친 이 전시로 미술 전시계의 큰 변화가 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은 고흐의 진품 대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입니다. 이 전시가 혹평을 받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 고흐의 전시이지만 그의 진품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신 저작권이 소멸된 고흐의 작품 350여 점을 고화질 동영상으로 만들어 5m가 넘는 대형 스크린과 70여 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해 투사하는 형식으로 전시관을 꾸몄습니다. 여기에 3D 매핑 기술을 활용해 전시장 곳곳을 고흐의 명작으로 만든 영상들과 이미지로 가득 채웠지요. 처음 전시가 열렸을 때 고흐의 진품을 보기 위해 발걸음한 몇몇 관객들은 전시 기획사에 관객을 우롱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는데요, 하지만 전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대형 화면을 통해 오히려 진품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관객이 더 몰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디어 아트 전시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은 5월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앞두고 있습니다.
글·박혜림 | 디자인·우선영 | 도움·(주)미디어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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