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을 쫓는 MZ세대 재테크 트렌드 래플 마케팅
한정판 스니커즈가 당첨되어 차익으로 월급만큼 벌었다는 이야기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추첨을 통해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래플 마케팅이 제품 발매 일정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따로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오늘은 M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래플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래플 마케팅 도입 배경
‘래플 마케팅(Raffle Marketing)’은 기금모금을 위한 추첨 복권을 뜻하는 ‘래플(Raffle)’에서 유래한 마케팅 기법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소비자만 한정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줄 서는 방식으로 한정판 상품을 선착순 판매하는 ‘드롭 마케팅(Drop Marketing)’을 보완하여 등장하였습니다.
드롭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열풍이 불면서부터입니다. 스니커즈 컨셉 매장인 ‘나이키 스니커즈’에서 한정판 상품을 판매할 때 사람들은 발매일을 앞두고 선착순 입장권을 받기 위해 텐트를 치고 대기하거나 대리구매 알바를 고용했는데요. 이에 소비자들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선착순 판매는 불평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드롭 마케팅 응모방식의 개선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래플 마케팅이 처음 도입되었으며 나이키는 특정 매장 중심의 선착순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매장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정판 제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MZ세대의 리셀 재테크
2019년 패션업계의 아이콘이자 가수인 지드래곤이 출시한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은 나이키와 협업해 한정판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이는 마니아 중심으로 소유의 개념 안에서 이뤄졌던 래플 마케팅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확산하며 리셀 사이트와 거래소가 등장하는 등 리셀(중고 거래)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큰 사건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정판 레고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레테크(레고+재테크)가 인기를 끌었는데, 스니커테크와 다르게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종 제품의 재발매로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희소성이 사라진 리셀은 가격상승요인이 없어져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스니커즈 리셀은 한정판이라는 재화의 특성을 잘 유지한 덕분에 M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엔코(Cowen & Co.)는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매년 20%씩 성장해 2030년 약 3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리셀 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서는 2021년 1월 발표한 ‘현행 문화 지수(Current Culture Index)’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주요 리셀 마켓 8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
래플 마케팅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MZ세대가 좋아하는 게임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래플 마케팅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나 SNS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데요. 이처럼 MZ세대는 발매 소식을 공유하고 래플 응모하는 과정을 게임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하나의 콘텐츠로 생산합니다.
둘째, 래플 마케팅은 MZ세대의 가치관 중 하나인 공정성에 부합합니다. 신규 제품의 발매 일정에 맞춰 응모하고 랜덤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선착순보다 공정하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드롭(Drop) 마케팅을 진행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충성고객들이 최근 리셀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 대비되는 현상입니다.
셋째, 취향에 민감한 MZ세대의 기호를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패션브랜드의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은 래플 마케팅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철학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이 중요한 MZ세대에게 개성 있는 브랜드와의 협업 증가는 래플 마케팅의 라인업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래플 마케팅 지속될까?
래플 마케팅이 보편화되면서 스니커즈에 관심 없던 MZ세대도 스니커테크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소액으로 짧은 기간에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보니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취향의 차원을 넘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변동성이 높은 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경험이 있는 MZ세대에게 스니커테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래플 마케팅은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패션 브랜드 제조사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입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충성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훌륭한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래플 마케팅에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있습니다. 최근 가품 논란으로 이슈가 발생한 리셀 플랫폼 간의 분쟁은 래플 마케팅 시장 확대의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래플 마케팅이 성장할수록 기본 원칙인 정품 검증 방법이 고도화되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Q 블로그와 함께 래플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희소성과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래플 마케팅은 MZ세대의 가치관과 취향을 대변하는 마케팅이자 재테크 수단입니다. 패션브랜드 영역을 넘어 제휴를 통해 MZ세대가 고객인 유통업계와 식품업계에도 확산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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