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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3

봄날의 새벽을 그리다. 그림으로 본 새벽의 전경들 행여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를 불러 사공다려 물으라 하니, “내일은 일출을 쾌히 보시리라 한다” 하되, 마음에 믿기지 아니하여 초초하였다. 먼 데 닭이 울며 계속해서 날 새기를 재촉하기에, 기생과 여자 노비를 혼동하여 어서 일어나라 하니, 밖에 급창이 와, “관청 감관이 다 아직은 너무 일러 못 떠나시리라 한다” 하되 곧이 아니 듣고, 다급히 재촉하여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 먹고, 바삐 귀경대에 올랐다. 순조 32(1832)년에 의유당 남씨가 쓴 《동명일기(東溟日記)》의 부분이다. 새벽녘 일출을 보겠다는 기대로 잠도 자지 않고 동행한 이들을 재촉하는 여인의 들뜬 마음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동틀 무렵의 새벽은 무척이나 짧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칠까 조바심에 안달하는 정.. 2015. 5. 13.
옛 그림에서 우주를 만나다 “자네 딸의 세대가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걸세. 가서 지구를 구하게. 하지만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에서는 7년임을 명심하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에서 나사(NASA)의 브랜든 박사가 조종사 쿠퍼에게 한 말이다. 는 식량 부족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새 터전을 찾아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쿠퍼를 비롯한 조종사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우주로 향한다. 그들은 인류가 정착할 행성을 찾아서 우주의 새로운 시공간으로 침투하는데,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때 ‘웜홀(wormhole)’이라는 불가사의한 틈을 통과하게 된다. ‘웜홀’이란 직역하면 벌레 구멍이란 뜻으로, 우주 시공간의 벽에 생긴 구멍을 의미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토성 근처의 웜홀을 .. 2015. 4. 2.
의인(義人)이 그리운 시대, 조선의 여검객을 만나다. “정(情)! 인류애죠. 사랑이에요.” 최근 ‘으리(의리)’의 사나이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 김보성이 의리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출연한 식혜 광고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큼 세간에 ‘으리(의리)’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남자들도 꽃미남이 되고 싶어 하는 요즘 시대에, 장풍을 날리며 나타난 의리의 사나이는 얼핏 봐서 빛바랜 사진 같다. 그럼에도 ‘의리’라는 말이 새롭게 유행하는 것은, 의로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세태가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짐작하듯이, 김보성이 보여주고 있는 ‘의리의 사나이’는 무협지에 등장하는 ‘협객(俠客)’에서 비롯되었다. 협객은 자객(刺客)이라고도 하는데, 합법적 혹은 물리적 힘의 한계 때문에 하기 어려운 일을 몰래 해내는 존재들이다. 의.. 2014.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