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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피플53

정절과 기개를 품은 명장의 죽세(竹細)공예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큰 키와 푸른 이파리들의 축제. 대나무 숲의 풍경이다.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간직하는 대나무는 우리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를 표현하기도 했고 사군자와 십장생의 하나로도 귀하게 여겨왔다. 그래서인가. 대나무를 이용한 죽세공예는 한국의 얼이 담긴 전통공예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친다. 글 강명희 기자 | 사진 김동욱 기자 대나무 소쿠리, 대나무 목침, 대나무 붓, 대나무 보석함, 대나무 필통 등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나무하면 그저 단단하고 질긴 생명력 외엔 특별한 감흥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옛 선조들에게 요긴한 생활용품이던 죽제품이 플라스틱 제품으로 대체되면서 어느새 사양사업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재래시장이나 마트에.. 2015. 7. 16.
뉴욕 갤러리 터줏대감, 프랭클린 파라슈(Franklin Parrasch), 딜러의 열정 미술 시장은 작가, 컬렉터 그리고 그들을 잇는 딜러로 구성된다. 아무리 위대한 작품일지라도 그것을 발견하고 세상에 소개하는 이가 없다면 작업실 한쪽에서 영영 방치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재능 있는 작가들을 만났을 때 늘 가슴이 뛴다는 딜러,프랭클린 파라슈.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30년간 묵묵히 갤러리를 일궈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프랭클린 파라슈(Franklin Parrasch)를 알게 된 건 1997년, 뉴욕대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다. 갤러리 운영과 업무에 늘 관심이 있던 데다, 프랭클린 또한 나와 같은 학부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고 해 그의 갤러리에 인턴십을 지원했었다. 프랭클린 파라슈 갤러리는 유니크한 작가들을 선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공예, 회.. 2015. 5. 6.
빛의 공간, 사색의 시간 이은채의 공간은 늘 따뜻하다. 촛불이나 램프가 은은하게 방 안을 밝히고 있거나온화한 햇볕이 창 안으로 쏟아진다. 눈에 익은 그림 한 점이 벽에 걸린이 아늑한 공간에서 우리는 몽상가가 된다. 이윽고 꿈에서 깨어날 즈음이면막 꺼진 촛불의 연기가 추억의 형상을 하고는 감실감실 피어오른다. 2010년 첫 개인전 이후 거의 매년 개인전을 하셨죠? 올해도 어김없이6월 개인전을 앞두고 있고요. 아주 부지런한 작가로 알려져 있어요. 꾸준히 작업을 해왔어요. 전업 작가니까 ‘열심히 산다’고 하면 그게 그림을 그리는 일인 것 같아요. 올해 6월 아트팩토리 서울에서 있을 개인전 준비도 하고 페어에도 꾸준히 참여했고요. 페어에 자주 나간다고 하면 간혹 어떤 분들은 작품이 잘 팔리는가보다 하고 오해도 하시는데 사실 그렇진 않아.. 2015. 4. 29.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강영희 명예교수, “작은 관심이 세계 석학을 만듭니다” 전기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분야에서 세계 정상이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량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도 이와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한 학자의 위대한 업적은 오직 한 사람만의 유산이 아니다. 그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 생물학계의 거장으로,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발전을 위해 노력한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강영희 명예교수가 그런 인물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 빌라.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노부부가 문 앞에 나와 기자를 맞이한다. 약속시간이 되기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노부부는 훨씬 이전부터 모든 준비를 정갈하게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깔.. 2015. 4. 27.
미스터 브레인워시와 마돈나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의 데뷔 25주년 기념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사람들은 “역시 마돈나!”를 외쳤습니다. 팝아트의 대가가 그린 어느 여배우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커버는 대중음악계의 상징적인 아이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지요.누구의 작품인지 되물을 것도 없이, 모든 것이 그럴듯했습니다. 수상한 슈퍼스타의 등장 2008년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번도 전시회를 열거나 작품을 선보인 적없는 신인 작가의 전시장에 5만 관객이 몰렸습니다. 줄이 너무 길어 미처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창문을 넘어 입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는 ‘올해 가장 중요한 전시’ 중 하나로 손꼽았고, 피카소나칸딘스키 그림을 갖고 있는 미술 수집가들의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2주 남짓 계획했던 전시는 두 달로 연장되었고, 뉴욕을 비롯.. 2015. 4. 22.
퍽퍽한 일상에 봄볕 같은 소소한 위로, 에바 알머슨 그런 날이 있다. 우산도 없는데, 키 작은 하늘에선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세상이 내 편이아닌 것처럼 하는 일마다 틀어지는 날. 만나는 사람들마다 뻐걱거리며 가슴 가득 상처만 안고 돌아서는 날. 나도 모르게 어깨가 축 처지고, 머피의 법칙이 착착 들어맞는 그런 날. 힘겨웠던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위로가 막연하게 그리운 날 말이다. ‘괜찮아 괜찮아’ 하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 누군가가 필요한 그런 순간. ‘그런 날’이면 문득 에바 알머슨(Eva Armisen)의 그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림을 보다 보면 힘겨웠던 일상은 스르르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예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은 인물의 미소는 어느 순간 전염되어 내 입가에 번진다. 그녀의 그림은 마치.. 2015. 4. 1.